본문 바로가기
자기계발/책을 읽어보자

[밧줄] - 스테판 아우스 뎀 지펜

by 정빈e 2020. 12. 11.
728x90

 

 

   의자 두세 개 정도밖에 놓지 못하는 분위기 좋은 아주 작은 서점을 둘러보던 중에 테이블에 무슨 책인지 알 수 없게 포장해 놓은 세 권의 책들이 놓여있었다. 책을 사려고 들어간 것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흥미를 끌었다. 작은 종이에 서점 주인이 직접 쓴 것 같은 몇 가지 문장들을 읽어보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으로 골랐다. 작년 7월에 산 건데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다.

 

   포장을 벗겨 확인해 보니 '밧줄'이라는 책이었다.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는데 그다지 많이 알려진 책은 아닌 것 같았다. 약 200페이지인데 1부, 2부, 3부로 이루어져 있어 적당히 나눠 읽기 좋았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세상과 동 떨어진 숲 속 마을의 숲 앞에 밧줄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이 밧줄은 숲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농부들은 아내들을 남겨두고 이 밧줄의 끝은 어디인지,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기나긴 원정을 시작한다.

 

   아무리 따라가도 끝이 없는 밧줄, 농부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밧줄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렇게 끝없는 행군은 계속된다. 그러다 느닷없이 한 마을이 나타났다. 그 마을의 집들은 꽤 오래 비워둔 것처럼 퀴퀴한 냄새가 났지만 집 안은 흠 하나 없이 깨끗하고 지나칠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다. 농부들은 서로 경쟁하듯 닥치는 대로 물건을 끄집어내고 손도끼로 널마루를 부쉈다.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던 농부들은 점점 미쳐가는 것 같았다. 마을에 남아있던 여자들은 결국 마을을 떠났다. 떠나기 전 자신들의 집을 완벽한 상태로 정리했다. 행군 중에 알 수 없는 또 다른 밧줄이 나왔고 농부들은 그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살인까지 벌이게 된다. 그들은 끈적거리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밧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빠져나갈 가능성은 전혀 없는 채로.

 

   농부들이 행군 중에 만난 마을과 농부들의 아내가 마을을 떠나기 전 정리해둔 집들의 상태가 같은 것이나 또다시 나타난 새로운 밧줄을 보아 이들에게 벌어진 일들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정말 단지 바닥에 밧줄이 하나 놓여 있었을 뿐인데 그것이 마음 사람들 전체의 운명을 뒤바꿔 놓았다. 처음에는 '불확실한 것에 운명을 건 것은 철없는 짓이었고 타당한 근거도 없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짐작이 농부들을 나락으로 빠뜨렸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농부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단지 밧줄의 정체를 알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게 됐다는 게 좀 안쓰럽기도 했다. 사소한 것 하나가 큰 문제를 불러왔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걸까?

 

728x90

댓글